📕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치료와 형벌 사이에서 생각한 것들 / 노무라 도시아키 지음
9/4 (수)
💡 ASD는 뇌의 기능 장애와 관련이 있는 발달장애이다.
✏️ 아스퍼거증후군, 그 상위 개념으로서의 ASD는 그 후 비행이나 범죄의 범위를 넘어 한층 더 넓게 퍼져나갔다. 이해하기 어려운 비행이나 범죄만이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 나아가 보통의 상식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ASD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 학교나 직장 등 공동체에서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일뿐만 아니라,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상식으로 여기는 전제’에서 벗어난 말과 행동마저 대상이 되어 갔다. 즉 '분위기 파악'이나 '상대의 기분이나 상황에 대한 추론‘에 서투른 것도 ASD의 대상이 된다. (...) 이런 추세 속에서 정신과 진찰을 받는 대학생과 사회인 환자들이 늘어갔다. -168쪽
✏️ 뒤집어보면 학교나 회사가 여유와 관용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요컨대 ‘동조 압력’이 더더욱 강해지고 있어 ASD를 가진 사람들이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원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 -169쪽
✏️ 치매 환자를 교도소의 좁은 방에 가둬 두고, 그 흥분을 향정신약으로 적당히 진정시키는 방법을 나는 알 수 없다. 지금도 모른다. 결국 상당량의 향정신약을 처방하게 되어 과도한 진정작용뿐 아니라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비틀거리다가 넘어져 머리를 부딪치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먹고 삼키는 게 어려워져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 본래 사람이 수고를 들여 대응해야 할 부분을 약물로 대체하려다 보면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176쪽
✏️ 전체 노인 인구 중에서 교도소에 오는 사람은 일부이므로, 당연한 말이겠지만 개인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쓸쓸한 기분이 든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기초생활보장 신청조차 할 수가 없다. 신청했지만 창구에서 거절당했다는 수감자도 있었다. 그 결과 교도소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게 됐다. -186쪽
✏️ 확실히 심신상실(책임무능력)이나 심신미약(한정책임능력)을 규정한 형법 제39조는 어디까지나 범죄해위가 일어난 시점의 정신상태를 평가하게 되어 있다. 다만 정신질환이라 해도, 조현병이나 약물성 정신장애 등과 같이 범행 시점에는 강한 정신증상이 나타났더라도 치료하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정신장애와, 치매처럼 현재 시점에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 진행을 막을 수 없는 정신장애는 사정이 다르다. 교도소에 수감해 신체를 구속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형식적으로는 옳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의의는 없지 않을까. 법률의 논리와 의료의 논리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192쪽
✏️ 바나야 교도소의 소장은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교도소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자신의 신념을 들려주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렇다. “우리의 목표는 모범적인 수감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건전한 시민을 만드는 것입니다.”211쪽
✏️ 일본의 교도소와 핀란드의 교도소의 차이는 근본적으로는 교도소에 범죄자를 수용하는 목적을 '형벌'로 보느냐, '사회복귀(좋은 시민 양성)'로 보느냐에 따른 것이다. 일본에서 수감은 '응보'이며, 따라서 범죄자는 지은 죄를 갚기 위해 신체를 구속받는 것이다. 그런 전제라면 교도소의 여러 가지 규칙은 '당연한 죗값'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되기 쉽다. 반면에 사회 복귀를 전제로 해서 처우가 이뤄진다면, 현실 사회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가 된다. -211쪽
✏️ "심리치료의 근본은 아무리 비정상적일지라도, 아무리 불쾌할지라도 그 사람을 인내하는 데 있다." -262쪽
✏️ 어린 시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배웠다. 지금은 거의 사어가 된 듯하지만,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과 가해자에 대한 지원과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모순되고 대립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는 성과를 명확하게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또한 재범이라는 형태로 '실패'를 맛보는 경우도 있어 직업적 무력감을 종종 느낄 수밖에 없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과 사회의 그늘과 이면'을 엿보게 해 주어 '악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일이며, 나아가 평소에는 외면해 온 자신의 내부에 있는 '악'과 '파괴'를 향한 충동을 마주할 기회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62쪽
저자는 교정시설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한 정신과 의사로 책에는 그가 그동안 근무하며 보고 겪었던 수감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천차만별인 범죄수만큼 수용된 사람들의 인생도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 빛이 닿지 않는 부분에 존재하는 이들도 있다. 작가는 불운하게 범죄의 길로 빠져든 사회 변두리의 존재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책임을 결코 가볍게 묻지는 않는다.
'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가해자에 대한 지원 및 치료가 반드시 대립되는 일은 아니다.'라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진 가해자에 대한 이미지란 게 대부분 뉴스에 나오는 강력범죄자들이다 보니 처음에는 '가해자의 지원과 치료'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범죄자가 중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가는 것은 아니고, 또 범죄에 노출되기 취약한 환경이 존재하며, 현실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교도소에 수감하는 데 드는 인력과 자원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도소의 교화의 목적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중범죄 처벌 형량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5년 7년도 감옥에서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하는데 글쎄… 피해자가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감형을 왜 해주는지 심정적으로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6.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지음 (0) | 2024.09.21 |
---|---|
5.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 / 쇠렌 오뷔에 키르케고르 (0) | 2024.09.21 |
3.신입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보고서 잘 쓰는 법 / 신가영 지음 (0) | 2024.09.16 |
2.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2권~5권 (0) | 2024.09.15 |
1.인터뷰하는 법 : 당신이라는 이야기 속으로/ 장은교 지음 (3) | 2024.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