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경계 위에 선 자 / 토스카 리 지음

2025. 8. 9. 22:54·책

“정전사태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집이 제일 따뜻하고 안전합니다. 문을 잠그고 있으세요. 비상요원들이 24시간 내내 뛰어다니며 질서를 회복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중입니다. 묻고 싶은 것도 많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끝내 이겨내리라는 점만 기억하세요. 모두 함께 극복해 낼 겁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아나운서가 열변을 토했다.

 

라인 비트윈: 경계 위에 선 자 | 토스카 리 저/조영학 역 | 허블

 

 

순간 부산한 움직임과 피 얼룩. 쩍, 차창을 때리는 소리.

 

남자가 쓰러지고 총이 바닥에 떨어지며 덜그럭거렸다.

 

운전석에 등을 기대며 숨을 몰아쉬는데 두 번째 얼굴이 차창 밖으로 나타났다. 짧은 머리. 짙은 눈썹. 마스크.

 

“괜찮습니까?” 사내가 물었다.

 

 


 

 

“그릴이 라디에이터에 박혔어요. 엔진이 꺼지지 않은 게 신기하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죠?”

 

그가 웃었다. “새 라디에이터.”

 

-라인 비트윈: 경계 위에 선 자 | 토스카 리 저/조영학 역 | 허블

 

 

 

 

 

 

“깼군요. 그럼 떠나도 되겠네요.” 내가 짐짓 놀란 척하며 말했다.

 

그가 입구 쪽으로 다가왔다. 두 손은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글쎄요.”

 

“글쎄요라뇨?”

 

“이봐요, 윈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는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그게 뭐죠?” 내가 긴장하며 물었다. 그의 자세가 어딘가 이상했다. 180센티미터의 체구에서 나오는 음험한 기운에 나도 잔뜩 긴장해야 했다.

 

“캐리어에 뭐가 들었죠?”

 

“말했잖아요.” 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또 거짓말.”

 

“그것도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보통 때라면 인정하겠지만 이건 내 차요.” 그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난 뒷걸음질 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함께 몇 시간을 보내며 라디오 뉴스를 들었어요. 사이버 공격이 어떻고 바이오테러가 어떻고. 윈터가 15분마다 추적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봤죠. 그런데 냉동 캐리어에는 세포 샘플이 가득하고, USB 드라이브에는 벨뷰13과 급성 조기치매에 관련된 파일이 들어 있더군요. 그런데 캐리어를 운반하는 여성은 왜 콜로라도에 가려는지, 그 이유를 거짓말하기나 하고… 그러니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난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내가 외쳤다. 어떻게 그런 말을!

 

“증명해 봐요. 그래서 해명이 필요한 겁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는 없다. 애슐리가 경고하지 않았던가. 샘플이 나쁜 사람 손에 들어가면 큰일이 날 수 있다. 이미 나쁜 사람 손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못 해요. 미안하지만.” 내가 대답했다.

 


 

 

 

“원터, 내 말 들려요?”

 

말을 하려 했으나 혀가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는 누군가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파란 눈. 넓은 이마.

 

체이스.

 

“정신 들어요?” 안도하는 목소리.

 

“어떻게 된 거죠…?”

 

“기절했어요. 마지막으로 식사한 게 언제입니까?”

 

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막연하나마 폐소공포증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육중한 물체에 눌렸는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을 뜨고 나서야 알았다. 체이스였다. 그는 내 위로 반쯤 올라타서는 나를 한 팔로 내리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난 즉각적이고 동물적으로 반응했다. 말 그대로 미친 여자처럼 발버둥 치며, 당장 떨어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분노와 상처와 독선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밸브로 가뒀다가 한꺼번에 열면 두 배, 세 배 더 강하게 분출하는 물처럼.

 

그가 무릎을 꿇고 앉아 허공에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난 야전담요와 침낭에서 빠져나와 그의 턱을 한 방 갈겼다.

 

“그만… 맙소사… 제발 그만해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건드리지도 않았단 말이오!”

 

 

 


 

 

체이스라는 멋진 남자가 등장하는

사이비 아포칼립스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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