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 린이한 지음
1/13 (월)
✏️ p.46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에 선생님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숙제를 잘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며칠동안 생각했지만 방법은 하나뿐이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것. 좋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내게 무엇을 하든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면 된다. 선생님을 사랑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내가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생략) 이제 와서야 이 모든 일이 그 첫 순간에 결정되었다는 걸 알았다. 억지로 욱여넣은 건 그인데 내가 죄송하다고 말한 그 순간에.
✏️ p.174
"넌 날 너무 아껴. 그렇지?"
너무 로맨틱했다. 쓰치는 겁이 났다. 사랑과 너무 닮아서... ...
✏️ p.246
그러나 샤오치가 원하는 게 바로 그런 것이었다.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었다. 오랫동안 힘겹게 한 악마를 받아들였는데 그 악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더러운 것조차 자신을 버리는 일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는 지옥에서 추방당했다. 지옥보다 비천하고 고통스러운 곳은 어디일까?
<우리에게 비밀은 없다>에서 언급된 것을 계기로 관심이 생겨서 읽은 책이다. 그리고 작가가 이 책을 발간한 후 채 2달이 되지 않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속표지에는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적혀있고 후기에서는 이 책이 자극적인 소재, 흥미거리로 소비될까 하는 걱정이 적혀있었다. 그 후기를 읽고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읽는 내내 너무 고통스럽고 참담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팡쓰치는 13살 때 학생들 사이에서 우상이었던 국어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한다. 5년 후에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 류이팅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을 때 류이팅을 쓰치에게 '사랑을 독차지하는 네가 질투난다'고 한다. 성폭력의 트라우마로 기억 상실까지 시달리던 쓰치는 끝내 정신을 놓는다.
처음 글을 오독했을 때는 왜 쓰치가 그 위태로운 관계를 유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부모님한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 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왜 믿고 의지했던 언니에게 조차 털어놓지 못했을까? 왜 의뭉스런 대화를 주고 받고 나를 사랑하냐고 물어봤을까? 하지만 두번째 다시 읽었을 때 너무 잘못 읽었다는 사실을 서두의 쓰치의 일기에서 깨달았다. 쓰치는 처음부터 정확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이미 말했다. 이미 답했다. 나는 저자가 자살을 택하게 만든 성폭력의 공범인 사회 그 자체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범죄를 저지른 금수새끼는 선생인데, 나와 같은 어떤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왜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았냐고 책임을 물으며 피해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폭력에서는 그러지 않으면서, 성폭력에서만 피해자의 책임을 묻는다.
리궈화는 '부잣집 아이는 피하는' 등 범행대상을 교묘하게 골라냈다. 그는 쓰치가 자신이 성폭행을 저질러도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정교한 아이임을 알아챘기 때문에, 쓰치가 그 사실이 너무 더럽고 치욕스럽기 때문에 그가 저지른 일을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임을 확신하고 이를 철저히 악용했다. 그리고 '또래의 멍청한 남자애들은 흉내내지 못할' 교묘한 언변으로 13살밖에 안 된 쓰치를 가스라이팅 했다.
살아 숨쉬기 위해 쓰치가 택한 것이 그를 사랑하는 일이었다. 그러지 않고선 견딜 수 없으니까, 그가 자신을 세뇌시켜서 그를 사랑한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야 하니까 그를 사랑한다고 믿은 것이다. 그래야만 했던 것이다. 그 모든 고민들이 너무 처절했다. 사회를 향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괴로운 기억들을 속속들이 기록해서 사회에 내놓은 것이다. 리궈화를 비롯한 추악한 인간들의 면면을 들추고 피해자들이 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지 얘기한다.
여전히 나는 그들이 겪은 고통의 크기를 헤아릴 수 없지만,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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